전기차 수요 침체로 가동률이 저조했던 SK온의 미국 배터리 공장이 최근 처음으로 전면 가동에 돌입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은 미국 조지아주 커머스시에서 운영 중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를 통해 연간 22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으며, 현대차·기아의 북미 전기차 생산 확대에 발맞춰 공급량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 본 글에서는 SK온 미국 공장의 가동 현황, 투자 배경, 전기차 수요 회복 신호로서의 의미, 그리고 향후 산업 및 투자 전망을 함께 분석한다.
전기차 시장 반등 조짐…SK온 미국 공장 전면 가동
SK온의 미국 현지 생산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는 조지아주 커머스시에 위치해 있으며, 총 12개 생산 라인 중 대부분이 지난해까지는 제한적으로 가동돼왔다. 이는 전기차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가동을 시작했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 및 금리 인상 여파로 인한 전기차 수요 일시 감소(일명 캐즘·Chasm)로 인해 생산량이 기대치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5년 7월, 드디어 이 12개 생산라인 모두가 100% 가동에 들어갔다는 점은 전기차 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특히 하루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연간 생산량도 최대치인 22GWh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기차 약 30만 대에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가장 큰 변화의 요인은 현대차의 미국 신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본격 가동이다. 해당 공장에서 생산되는 아이오닉5, 아이오닉9은 모두 SK온의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으며, 기아의 EV6, EV9도 함께 SK온의 북미 생산 제품을 채택하고 있다. 이처럼 완성차 브랜드의 현지 생산 확대가 곧 배터리 현지 조달 수요를 촉진시키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으며, SK온은 이 흐름의 중심에서 확실한 공급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조지아주 생산기지에 3.5조 투자…향후 확장성도 주목
SK온은 미국 전기차 생태계 내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총 26억 달러, 한화 약 3조5000억 원을 투입해 조지아주에 1공장과 2공장을 조성했다.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가동을 시작한 이 공장은 북미 내 SK온의 첫 번째 독자 생산 거점이며, 한국 배터리 업체 중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수 있는 대표 사례이기도 하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단순한 조립 수준이 아니라, 고에너지 밀도, 고안정성을 확보한 고성능 셀·모듈로 구성된다. 특히 SK온은 무선 BMS(Battery Management System), 고속 충전 대응 시스템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배터리 플랫폼을 현지 생산에 도입하고 있어 생산 경쟁력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또한 SK온은 미국 내 또 다른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포드와 합작)'를 통해 켄터키, 테네시에 대규모 배터리 단지도 조성 중이다. 즉, SKBA는 단순한 단독 공장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으며, 북미 전역에 걸친 배터리 공급 체인의 ‘허브’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조지아주 주정부도 SK온 공장의 풀가동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지속적인 행정적 지원과 세제 혜택을 논의 중이다.
IRA 세액공제 수혜와 국내 소부장 기업 파급 효과
미국 정부는 2022년부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배터리 생산 기업들에게 첨단 제조 세액공제(AMPC)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세액공제는 북미에서 직접 생산된 배터리 셀 및 모듈 1kWh당 일정 금액을 환급해주는 형태로, 생산량이 많아질수록 공제 규모도 커진다. SK온의 이번 100% 풀가동은 이러한 정책적 수혜를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낸 셈이다.
SK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생산량 증대는 "자체 공정 고도화, 효율화와 함께 주요 고객사의 전기차 양산 본격화가 맞물린 결과"라며,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이 과거보다 크게 향상되었다"고 평가했다. 이는 단순히 생산설비 가동률 증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SK온의 제품 기술력, 공정 안정성,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 연계력까지 강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주목해야 할 부분은 국내 배터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양극재(에코프로BM, 엘앤에프), 분리막(더블유스코프), 전해질(천보), 동박(일진머티리얼즈) 등 주요 공급망 기업들은 SK온의 생산 확대에 따라 북미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
SK온의 미국 배터리 공장 풀가동은 단순한 수치적 성과를 넘어선 상징성을 지닌다. 전기차 시장의 반등 조짐, 북미 완성차 생산 본격화,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SK온은 한국 배터리 산업을 대표하는 글로벌 파트너로 성장하고 있다. IRA와 같은 정책 지원, 기술적 혁신, 투자 여력까지 갖춘 SK온의 향후 움직임은 투자자뿐만 아니라 소재·부품 업계에도 중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제는 단순한 생산 확대를 넘어서, 글로벌 에너지 전환 생태계의 중심에서 한국 기업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