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분기, 한국 전력기기 업계는 전례 없는 대미 관세 부담에 직면했다. 미국 정부가 지난 4월부터 전 세계 수입 전력기기에 10%의 기본관세를 일괄 부과하면서, HD현대일렉트릭은 단 3개월 만에 200억 원에 달하는 관세를 납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이 회사의 영업이익(2091억 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LS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등 다른 주요 수출기업들 역시 수십억 원 규모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8월부터는 국가별 차등관세 15%가 추가로 적용될 예정이어서, 한국산 전력기기에는 총 25%의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2분기 업계 전반에서 최소 300억 원 이상의 관세 부담이 발생했고, 하반기에는 그 규모가 배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기본관세 10%, 전력기기 수출에 ‘직격탄’
HD현대일렉트릭이 2분기 미국 수출로 인해 납부한 200억 원의 관세는, 증권가의 실적 예상치(영업이익 2350억 원)를 크게 밑돌게 한 주요 원인이다.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다른 기업들도 미국 수출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이와 유사한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효성중공업은 대부분의 미국 수출 물량을 현지 생산으로 대체했지만, 그 외 중소 전력기기 업체들의 부담은 누적되고 있다.여기에 더해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국가별 차등관세가 적용되면, 기업들이 감내해야 할 관세 총액은 2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이미 출혈을 감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협상 결과에 따라 전력기기 업계의 영업환경이 급격히 변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출 타격 최소화 위한 기업별 전략: ‘관세 환급 협상’과 ‘가격 인상’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은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객사와의 환급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두 가지 주요 방식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고객사로부터 직접 관세 납부분을 환급받는 것이고, 둘째는 향후 제품 가격 인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전받는 것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전력기기 공급자가 우위인 시장 상황을 활용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고객사와의 보상 협상이 긍정적으로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관세 환급 규모와 방식에 대해 확신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15%의 차등관세가 추가될 경우, 환급 협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변압기 1대당 수 톤의 구리가 사용되는데, 미국은 이 구리에 대해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구리 가격은 이미 t당 1만2500달러까지 치솟았고, 이는 향후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8월 한미 통상협상, 실적 ‘터닝포인트’ 될까?
결국 관세 문제의 해법은 한미 간의 통상 협상에 달려 있다. 오는 7월 25일, 한국과 미국은 2+2 통상협의를 통해 상호 관세율 조정 여부를 최종 조율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선 구윤철 부총리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측에선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 대표가 참여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8월 1일이라는 협상 마감 시한을 고려하면, 이번 협상이 사실상 최종 협상 테이블이다. 현재 정부는 미국이 부과한 10% 기본관세와 향후 예고된 15%의 차등관세를 모두 인하하거나 유예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무자 간 논의뿐 아니라 정치적 차원의 설득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 공급 우위에도 불안정한 실적…정책 리스크 대응이 핵심
미국 수출 시장에서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전력기기 업계는 관세라는 변수로 인해 실적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 기업들은 고객사와의 협상, 가격 전략 조정 등으로 손실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정부 차원의 외교·통상 전략에 있다.
따라서 앞으로 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관세 환급 협상에 집중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생산 거점의 다변화, 원자재 구매처 분산, 수출 비중 조정 등 다양한 리스크 관리 전략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전력기기 산업은 국가 기반 인프라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만큼, 정부와 기업이 긴밀히 협조해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