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이 미국 공공행정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정부 업무의 효율성이 향상되는 한편, 공무원들의 역할과 노동 환경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다. 루즈벨트 연구소의 보고서를 기반으로, AI 기술의 구체적 활용 사례와 이로 인해 변화하는 공공행정의 모습을 살펴보고, 노동자 중심의 대응 방안을 고찰해본다.
AI 기술 도입 배경과 현재 활용 상황
2025년 현재 미국의 연방정부 및 각급 지방정부는 비용 절감, 인력 축소, 행정 효율화 등의 목적으로 AI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도입하고 있다. 특히 복잡하고 반복적인 업무가 많은 공공행정 분야에서 AI는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정책 자료 분석, 민원 대응, 복지 수급 대상 예측 등 핵심 업무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챗봇과 자연어 처리 도구는 민원 응대 시간 단축에 기여하고 있으며, 예측 알고리즘은 신청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급 여부를 판단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50% 이상의 공공부문 종사자가 이미 AI를 정기적으로 업무에 활용하고 있으며, 이는 ‘AI 우선 전략’ 및 인력 동결 정책과 결합되어 급속히 확산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 도입이 단지 효율성 향상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사람이 하던 반복적 업무는 기계가 대신하게 되었지만, 오히려 공무원은 보다 복잡하고 고도의 판단이 요구되는 업무에 집중하게 되면서 전반적인 업무 강도는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공무원 노동 환경의 변화와 지역 간 격차
AI 기술 도입으로 인해 공무원의 업무 방식은 전면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직접 대면이나 전화로 민원을 처리하던 방식에서, 이제는 AI가 자동으로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응답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로 인해 공무원은 AI가 처리하지 못한 예외적인 사례나 복합적인 상황에 집중해야 하며, 업무의 복잡성과 정신적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시민과의 직접적 대면 없이 처리되는 업무가 많아지면서, 인간적 소통과 맥락 이해가 필요한 행정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간 재정력과 기술력의 차이로 인해 AI 기술 도입과 활용 수준에 큰 편차가 존재한다. 일부 기술 선도 지자체는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반면,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지역은 여전히 전통적인 행정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 간 공공서비스의 질적 격차가 발생하고 있으며, 시민의 행정 접근성과 만족도에서도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언어 소외 계층이나 정보 취약 계층은 AI 기반 행정 시스템을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디지털 격차가 행정 격차로 이어질 위험이 존재한다. AI 기술이 도입되더라도, 모든 시민이 동등하게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AI 도입에 따른 공무원 중심의 정책적 대응
AI 도입은 공무원의 노동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반복적 업무를 줄여주는 한편, 기술 오류로 인한 책임은 여전히 사람이 지게 되는 구조다. 특히 성과 모니터링 기능이 강화되면서 공무원의 자율성이 약화되고, 감시와 통제 중심의 행정 문화가 확산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또한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에 대한 최종 판단과 책임은 공무원에게 부과되지만, 정작 시스템의 결정 과정은 ‘블랙박스’처럼 불투명한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공 행정에서 AI 기술이 공무원과 협업할 수 있는 도구로 작동하도록 설계해야 하며, 다음과 같은 정책적 대응이 요구된다. 우선, AI 도입 초기부터 공무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참여형 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공무원이 AI 시스템의 원리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이 필수적이다. 셋째, 공공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감시 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시민 사회 및 노동조합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AI 기술은 공공성을 훼손하는 방향이 아니라, 오히려 공공성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기능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기술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정책 설계가 필수적이다.
AI 기술은 행정의 효율성과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혁신적 수단이지만, 그 도입과 활용이 공공성을 해치거나 공무원의 권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공공 행정은 단순한 서비스 제공을 넘어 시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분야이기 때문에, AI 기술 도입 시 철저한 검토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AI 기술이 공무원의 노동을 보조하는 도구로 기능하고, 시민의 편익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조율, 제도 정비, 그리고 공무원 중심의 참여 구조가 필수적이다.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작동하며 공공의 가치를 확장하는 기술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