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AI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과 제조업 재활성화를 추진하면서도, 기존 석탄·가스 발전소를 대규모로 폐쇄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력 수급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리스크로, 미국 에너지부(DOE)는 이를 ‘국가 안보를 위협할 위기’로 규정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미국은 2030년까지 100GW 이상의 ‘확실한 전력원(Firm Capacity)’을 폐쇄하려는 걸까요? 이번 글에서는 발전소 폐쇄의 배경, 그로 인한 신뢰성 저하 시나리오, 그리고 정책적 시사점을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발전소 폐쇄의 배경: 경제성 악화와 시장 구조 전환
미국에서 발전소 폐쇄가 급격히 늘고 있는 배경에는 복합적인 정책·경제·기술 요인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DOE 보고서는 폐쇄 사유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재생에너지 중심의 정책과 시장 구조 변화
바이든 행정부 이후 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 확대 기조가 강화되었고, 이로 인해 기존 석탄·천연가스 등 기저부하 발전소의 경쟁력이 약화되었습니다.
태양광이나 풍력은 연료비가 거의 들지 않아 전력 시장에서 낮은 가격으로 입찰되며, 기존 화석연료 발전소는 시장 경쟁에서 밀려 수익성이 감소합니다. 특히 전력 도매 시장(RTO/ISO)의 시간별 정산제도는 간헐성 자원에 유리한 구조를 형성하고 있어 기존 발전 자산의 조기 폐쇄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2. 사업자의 전략적 판단: 운영비용과 규제 대응 부담
보고서는 폐쇄 설비를 두 범주로 구분합니다.
- 확정 은퇴(Confirmed): 계통운영자에게 정식으로 은퇴가 통보된 설비
- 발표 은퇴(Announced): 발전사가 스스로 공개한 폐쇄 계획 (공식 은퇴는 아직 진행되지 않음)
이는 곧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경제성을 평가하여 수익성이 떨어진 설비를 스스로 철수시키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환경 규제 대응, 노후설비의 유지보수 비용 증가, 투자자의 ESG 요구 등도 폐쇄 결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3. 금융 및 정책 환경 변화
최근 수년간 탈석탄·탈가스 투자 기조가 강화되며, 민간 투자자나 연기금은 탄소 배출이 큰 발전소에 대한 투자·대출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방정부 차원의 탄소 중립 목표와 일부 주의 독자적 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 기준(RPS)도 발전사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줍니다.
폐쇄 규모와 구성: 2030년까지 104GW 이상 은퇴 예정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이미 은퇴가 발표된 설비는 총 104GW에 달하며, 구체적인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석탄 발전소 | 약 71 | 약 68% |
가스 발전소 | 약 25 | 약 24% |
기타 (석유 등) | 8 | 8% 이내 |
이러한 설비들은 대부분 **기저부하 설비(firm, dispatchable)**로, 날씨와 무관하게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전력원이었습니다. 하지만 보고서에서는 이들이 태양광·풍력 등 **간헐성 자원(intermittent resource)**으로 완전히 대체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전력망 위험 시나리오: 2030년 정전 위험 100배 증가
에너지부는 발전소 폐쇄가 예정대로 이뤄질 경우, 2030년에는 현재 대비 전력망 신뢰성이 급격히 저하될 것으로 경고합니다.
현재 시스템 | 8.1시간 | 0.0005% |
폐쇄 시나리오 | 817.7시간 🔴 | 0.0465% 🔴 |
폐쇄 없음 (Tier 1만 추가) | 269.9시간 🔴 | 0.0164% 🔴 |
보완발전 추가 | 13.3시간 | 0.00048% ✅ |
- LOLH(Loss of Load Hours)는 전력 부족 시간,
- NUSE는 연간 전체 수요 대비 공급되지 못한 전력량의 비율입니다.
에너지부는 신뢰성 기준을 LOLH ≤ 2.4시간, NUSE ≤ 0.002%로 제시하고 있는데, 2030년 폐쇄 시나리오에선 이 기준을 20배 이상 초과합니다. 특히 PJM, SPP, ERCOT, SERC 등 대규모 계통에서 극심한 정전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폐쇄 재검토와 ‘완벽 용량(perfect capacity)’ 보완 필요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적 대응을 제안합니다.
- 폐쇄 일정 재조정 또는 연기: 일부 설비의 조기 폐쇄를 재검토하여 수급 균형 유지
- 기반 발전소(firm capacity) 투자 촉진: 천연가스·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등
- 간헐성 자원 보완책 마련: 배터리 저장, 수요반응, 지역 간 전력 공유 체계 강화
DOE는 "구식 수급 평가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선언하며, 더 정교하고 실시간에 가까운 수급 예측과 대응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